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키움 캐치

복기의 고통, 피하면 정말 성장할 수 있을까?

by 스톡로드 2025. 2. 23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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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식 투자 1년 차, 나는 매일 밤이면 두려움에 떨었다. 오늘의 매매를 돌아보는 복기(復棋) 시간이 무서웠기 때문이다. 수익이 났을 땐 "왜 더 많이 사지 않았을까?"라는 아쉬움이, 손실이 났을 땐 "왜 그렇게 생각했을까?"라는 후회가 머릿속을 맴돌았다. 한 프로 투자자의 책에서 "승자의 복기는 습관을, 패자의 복기는 준비를 만든다"는 문구를 읽고도, 나는 눈을 감은 채 잠자리에 들곤 했다. 그러다 계좌가 -30%까지 추락한 어느 날, 마치 번개처럼 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. "이렇게 도망만 다닐 거면 왜 투자를 시작했지?"


1. 복기의 두 얼굴: 승자도, 패자도 숨기는 것

복기는 투자자에게 거울과 같다. 그런데 이 거울은 자주 비추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.

승리의 복기: "왜 더 과감하지 못했을까?"

지난달, 한 에너지주를 5% 수익률에 팔았다. 그런데 다음 날 주가가 20% 급등했다. 복기 노트에 적힌 건 오직 한 줄이었다. *"조기 매도. 호재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음."*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진짜 감정은 "내가 왜 이렇게 소심했지?"라는 자책이었다. 승리한 트레이더도 미처 잡지 못한 기회를 마주할 때면 오히려 패배감에 빠진다.

패배의 복기: "왜 그 순간 멈추지 못했을까?"

반면, 지난주엔 한 바이오주에 -15% 손절을 했다. 차트는 분명히 "상승 추세"라 확신했는데, 갑작스러운 악재에 무너졌다. 복기 중인 내내 머릿속을 맴돈 건 "손절이 늦었다"는 후회가 아니라, "왜 뉴스를 체크하지 않았나?"라는 기본적인 실수에 대한 부끄러움이었다.

결론
승리의 복기는 "탐욕"을, 패배의 복기는 "게으름"을 드러낸다.
두 감정 모두 진짜 문제에서 눈을 돌리게 만든다.


2. 복기의 기술: 감정이 아닌 '데이터'로 말하라

복기가 괴로운 이유는 감정적 결말에 집중하기 때문이다. 이를 해결하려면 구체적인 프레임이 필요하다. 나는 다음 3단계를 따라 복기한다.

(1) 매매 당시의 '생각' 기록하기

  • 매수 이유: "차트 돌파? 호재 뉴스? 주변 추천?"
  • 매도 이유: "목표 수익 달성? 손절각 도달? 감정적 판단?"
  • 당시 심리: "불안, 확신, 탐욕, 공포 중 어떤 감정이 지배했는가?"

예를 들어, 지난달 매수한 반도체주에 적었던 내용이다.
*"09:15 매수 — 5분 봉이 20일선 위 돌파. 하지만 거래량은 평균보다 낮았다. 호재는 없었지만 '지난주 대비 오를 것'이라는 유튜브 코멘트에 영향 받음."*

(2) 데이터로 검증하기

  • 지표 재확인: 매수 당시 본 차트 패턴을 다시 그려보기
  • 뉴스 타임라인: 매매 시간 전후의 관련 뉴스 수집
  • 거래량 추이: 매수/매도 타이밍의 유동성 변화 분석

이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. 내가 "강한 상승세"라고 생각했던 구간은,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가 이어지던 시기였다. 차트만 보고 판단한 것이 치명적이었다.

(3) '다음 번'을 위한 액션 플랜 세우기

  • 유지할 전략: "거래량 200% 이상 증가 시 매수"
  • 버릴 습관: "유튜브 코멘트에 의존한 매수"
  • 새로 도입할 룰: "매수 전, 관련 뉴스 3개 이상 읽기"

3. 매매일지: 적을수록 강해진다

매매일지는 단순한 기록장이 아니다. 나만의 투자 DNA를 만들어가는 도구다. 처음엔 A4 용지 반 장을 채우려 애썼지만, 지금은 3줄 요약으로 바꿨다.

나의 3줄 매매일지

  1. 오늘의 매매: "△△주 매수 — 10:15, 2% 상승 구간"
  2. 잘한 점: "전일 고점 대비 거래량 150% 확인 후 매수"
  3. 개선할 점: "오후 2시 이후 피로로 인한 추가 매수 자제 못 함"

이렇게 간결하게 쓰니, 핵심이 더 잘 보였다. 특히 "개선할 점"은 반드시 행동 지침으로 연결한다. 예를 들어, "오후 2시 이후 매수 금지"라는 룰을 추가했다.


4. 복기가 주는 선물: 나를 속이지 않는 법

6개월간 매매일지를 쓰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자기 합리화를 멈춘 것이다. 예전엔 손실을 "시장 탓" "운이 없어서"로 돌렸다. 하지만 이제는 "왜 호가창을 제대로 보지 않았는가?" "왜 계획을 어겼는가?"라고 질문한다.

최근 한 건설주로 8% 수익을 낸 뒤, 복기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.

  • 잘한 점: "실적 발표 1시간 전 미리 공시 분석 후 매수"
  • 운이 따른 점: "같은 날 정부의 인프라 투자 계획 발표"

이를 계기로 "호재 예측"보다 "공시 분석 훈련"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. 복기는 나에게 운과 실력의 경계를 가르쳐줬다.


마지막 단상: 복기의 고통은 성장통이다

한 투자 고수의 말을 인용하면, "복기를 피하는 사람은 결국 같은 실수를 산다." 처음엔 하루 10분의 복기가 1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. 하지만 이제는 "내일의 나를 위한 투자"라고 생각한다. 매매일지에 적힌 한 줄이 다음 날의 나를 살리고, 한 달 뒤의 나를 바꾼다.

"오늘의 고통은
내일의 나에게
기회가 될 것입니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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